세종시 전의면 다방리 운주산에 자리한 비암사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6교구 마곡사의 말사이다.
비암사의 정확한 창건 연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극락전 앞마당에 세워져 있는 삼층 석탑에서 발견된 불비상(佛碑像)을 통해 신라 문무왕 13년(673) 이전에 창건된 절로 추정하고 있다.
삼층 석탑에서 3종의 비상이 발견되었는데, 계유명전씨아미타불비상은 국보로 지정되었고, 기축명아미타불비상과 미륵보살반가사유비상은 보물로 지정되었으며 모두 국립청주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한편, 비암사라는 사찰명은 바위에 새긴 비를 뜻하는 비암(碑岩)으로, 이 절이 불비상을 소장한데서 유래되었는데, 비암사하면 뱀을 뜻하는 사투리를 연상하여 뱀과 관련된 사찰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어쨌든 운주산 깊숙이 고즈넉한 곳에서 뱀과 더불어 조용히 도 닦던 비암사는 불비상이 발견되어 세간에 널리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의 왕래로 소란스럽게 되자 급기야 현수막을 벽에 새겨 걸었다.
벽에 새겨진 글귀의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에
팻말까지 동원하였다.
담장 밑 축대 둘레를 꽃으로 단장하여 화사한 분위기를 연출하였고, 계단 위에는 높은 키의 고목이 우뚝 서 있다.
15m 높이에 둘레가 7.5m이고 수령이 대략 860년이며 신묘한 능력이 있어 1972년에 보호수로 지정되었다.
흉년이 들면 잎이 아래부터 나기 시작해 위로 피어 오르고, 풍년이 들면 잎이 위에서 나기 시작해 아래로 핀다고 한다.
계단 위로 올라서면 정면에 석탑이 보이고 그 뒤로 중심 법당인 극락보전을 비롯해 부속 법당인 대웅전과 명부전이 눈에 들어 온다.
보물
극락보전
비암사의 중심 법당인 극락보전은 정면 3칸, 측면 2칸의 다포계 단층 팔작집으로, 17세기 이후 주법당 건립 양식을 보여주는 사례로 인정되어 2021년 보물로 지정되었다.
17세기 이전에는 정면과 측면이 3칸이었지만 양난 이후인 17세기 이후에 건립되는 불전은 정면 3칸, 측면 2칸으로 크기가 줄어든다.
법당 내부 기둥 사이에 조성한 불단 위에 아미타불과 후불탱화를 봉안하고, 주위 벽에 여러 가지 탱화를 걸어 장엄하였다.
세종시 유형문화유산
아미타불
연꽃이 그려진 우물천장을 가설하였고, 가운데 칸에 보궁형 닫집을 설치하였으며,
닫집 안에 있어야 할 용이 밖으로 나와 몸을 둥글게 한 채 불상 머리 위에 맴돌고 있다.
나무로 골격을 만들고 진흙으로 붙여 제작한 소조 불상이며, 높이가 196cm에 이르는 대형 불상으로 2012년 세종시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아미타불은 좌우보처 없이 독존으로 결가부좌하고 앉아 하품중생(또는 중품하생)의 수인을 하였고,
뒤에 걸려있는 후불탱화는
아미타불을 가운데로 주위에 10대 제자, 8대 보살, 사천왕을 반씩 나눠 좌우에 배치한 아미타회상도이다.
신중탱화
신중단에 1924년에 제작된 신중탱화가 걸려있다.
화면 중안에 위태천 동진보살을 두고 상단 좌우에 범천과 제석천을 배치한 역삼각형 구도를 하였으며, 주위에 천인, 권속, 신장 등이 표현되었다.
중단탱화
본존불 우측 벽에 조성한 중단에 1924년에 그린 칠성, 독성, 산신탱화를 걸었다.
좌측의 칠성탱화는
치성광여래가 결가부좌하고 앉아 왼손을 다리 위에 올려 금륜을 받쳐 들고 오른손은 올려 설법인의 수인을 하였고, 좌우에는 일광보살과 월광보살이 협시하며, 주위에 칠여래, 칠원성군, 남극노인성, 자미대제, 삼태 육성이 배치된 그림이고,
가운데 독성탱화는
깊은 산중에서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독성과 열심히 차를 달이는 동자를 그렸으며,
우측의 산신탱화는
부채와 불로초를 든 산신과 재롱떠는 호랑이와 이를 바라보는 동자를 그렸다.
별지화
별지화로 창방에는 용이 그려져 있고 평방에는 학이 그려졌으며,
또 다른 창방에는 봉황이 그려져 있다.
세종시 유형문화유산
삼층 석탑
극락보전 앞에 세워져 있는 삼층 석탑은 1층 기단 위에 3층 탑신을 세우고 머리 장식을 올린 형태이며, 탑신의 1층 몸돌에 비해 2층 이상의 몸돌이 크게 줄어들었고, 지붕돌이 몸돌에 비해 둔해 보이며, 밑면의 받침이 4단인 점 등으로 보아 고려시대에 제작된 것으로 2012년에 세종시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1960년 삼층 석탑 꼭대기에서 계유명전씨아미타불비상, 기축명아미타불비상, 미륵보살반가사유비상이 발견됨으로써 세속 밖의 비암사를 세속 안으로 끌어들였다.
국보
계유명전씨아미타불비상
전면 중앙에는 아미타삼존불이 있고 양쪽 끝에 인왕상이 있으며, 이들 사이사이에 4구의 나한상이 얼굴과 상체 일부를 내밀고 있다.
양 측면에는 용머리를 조각하고, 그 위에 연꽃 위에서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을 표현하였다.
비상의 4면에 새겨진 명문은 계유년(673)에 신라에 귀속한 50인이 국왕과 대신(大臣), 세상을 떠난 부모를 위하여 아미타상, 관음상, 대세지상을 만든다는 전(全)씨 일가의 발원문으로, 이를 통해 비상의 조성 시기를 알게 되었고, 따라서 비암사는 그 이전에 창건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보물
기축명아미타불비상
정면에 새겨진 조각은 아미타여래가 서방극락정토에서 설법하는 장면을 표현한 것으로, 활짝 핀 연꽃 위에 앉아서 설법하고 있는 아미타여래상과 권속들이 있다.
뒷면에는 기축년 2월 15일 7세 부모를 비롯하여 누군가를 위하여 아미타여래를 비롯한 여러 부처님과 보살상을 조성한다는 것으로, 신문왕 9년(689)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한다.
보물
미륵보살반가사유비상
정면에는 왼발을 내리고 오른발을 왼쪽 다리에 올린 반가상이 화려한 관을 쓰고 목걸이와 구슬 장식을 갖춘 모습으로 오른손을 들어 뺨에 대고 생각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양 측면에는 두 손으로 보주를 받쳐 든 보살 입상이 새겨져 있는데, 정면의 반가상을 본존불로 하고 측면을 협시보살로 한 삼존불 형식을 하였다.
이 석상은 삼국시대 우리나라에서 유행한 미륵신앙을 배경으로 크게 발달한 반가사유상 양식의 귀중한 작품으로, 계유명전씨아미타불삼존석상(국보)과 같은 673년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한다.
대웅전
극락보전 향 우측에 자리한 대웅전은 정면 3칸, 측면 3칸에 다포계 팔작집으로 1991년에 세웠다.
보궁형 닫집 아래 석가모니 삼존불과 후불탱화를 봉안하였고, 주위 벽은 영가로 가득 채워져 있다.
석가모니불이 우견편단 차림으로 대좌 위에 결가부좌하고 앉아 왼손은 다리 위에 올려 선정인을 하고 오른손으로 항마촉지인의 수인을 하였고,
좌우에는 보관을 쓴 문수, 보현보살이 손의 위치를 달리하여 하품중생의 수인 모습을 하고 있다.
뒤에 걸려있는 후불탱화는
항마촉지인의 수인을 한 석가모니불을 가운데로 주위에 10대 제자, 6대 보살, 사천왕, 일천자와 월천자를 반으로 나눠 좌우에 배치한 영산회상도이다.
신중탱화
신중단에는 2022년에 조성한 신중탱화가 걸려있다.
상단에 예적금강을 비교적 크게 묘사하였고, 그 밑에 동진보살과 함께 좌우에 범천과 제석천이 배치되었으며, 주위를 권속으로 가득 채운 104위 신중탱화이다.
지장시왕탱화
영가단에는 1991년에 제작된 지장시왕탱화가 걸려있다.
지장보살이 결가부좌로 앉아 왼손으로 육환장을 쥐고 오른손을 들어 보주를 받쳐 들었으며,
앞쪽 좌우에는 합장한 도명존자와 두 손으로 경궤를 받쳐 든 무독귀왕이 협시하고,
주위에는 시왕을 비롯해 판관, 녹사, 사자, 마두, 우두 외에 권속들이 배치되었다.
세종시 유형문화유산
영산회 괘불탱
영산회 괘불탱은 영취산에서 설행된 석가모니불의 설법 장면을 묘사한 그림으로 길이가 863cm, 폭은 486cm 이다.
왼손을 다리 위에 올려 놓고 오른손으로 항마촉지인의 수인을 취한 석가모니불을 가운데로 좌우에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이 협시하고, 사천왕과 2위의 보살이 배치되었으며, 상단에 12대 제자와 하부 권속들이 표현되었다.
조선 효종 8년(1657) 수화승 신겸 외 10명의 승려가 조성한 것으로, 2012년 세종시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동종
대웅전에 1990년에 조성된 동종이 비치되어 있다.
명부전
명부전은 맞배지붕의 효과 때문인지 부속 법당 지위에 맞춰 안정적이며 차분하고 단아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지장 삼존상
법당 중앙의 불단 위에 지장 삼존상과 후불탱화가 봉안되어 있다.
지장보살이 결가부좌로 앉아 왼손을 다리 위에 올려 보주를 받쳐 들고 오른손으로 육환장을 쥐었으며,
좌우에는 합장한 도명존자와 두 손으로 경궤를 받쳐 든 무독귀왕이 협시하며 서 있다.
뒤에 걸려있는 후불탱화는 지장삼존과 시왕 및 권속을 그린 지장시왕탱화이다.
감로탱화
아귀에게 감로(甘露)를 베푼다는 뜻에서 감로도, 감로탱화라고 한다.
상단은 칠여래를 중심으로 좌측에 지장보살과 관음보살이, 우측에 인로왕보살이 배치되었고,
중단은 음식을 차린 재단을 중심으로 스님들이 대중들과 함께 의식을 거행하는 장면이며,
하단에는 세속의 여러 생활상과 지옥 아귀를 그린 것으로, 2022년에 제작되었다.
산신각
대웅전 뒤편 언덕 위에 자리한 산신각은 사방 한 칸의 홑처마 맞배지붕의 전각으로
산신이 호랑이와 함께 있는 상을 안치하고 뒤에 산신탱화를 걸었다.
요사채
극락보전 향 우측에 자리한 요사채는 스님들의 수행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하는 설선당이고,
향 좌측의 요사채는 종무소와 공양간 및 요사를 함께 하는 건물로 향적당, 오관료 현판을 걸었으며,
뒤로 부속 건물을 이어 붙인 형태를 하고 있다.
범종각
향적당 끝에 위치한 사모지붕의 범종각에는 범종과 운판이 걸려있다.
세종시 유형문화유산
승탑
청한당탑(좌)은 지대석과 하대석, 탑신석, 옥개석으로 구성되었고, 하대석 면석의 명문을 통해 조선 숙종 40년(1714)에 조성된 것을 알 수 있는 승탑으로 2024년 세종시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으며,
우측의 승탑은 자연석을 대석으로 삼고 탑신석과 옥개석을 올린 조선시대의 승탑으로, 2024년 세종시 문화유산자료로 지정되었다.